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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누울 자리

6촌 동생의 생일에 다녀왔다. 나와 내 동생, 우리가 아저씨라 부르는 아버지의 6촌 동생, 그리고 생일을 맞은 6촌 동생네, 이렇게 4집이 모였다. 일가친척이 귀한 실향민의 자식들이다 보니 촌수와 상관없이 가깝게 지낸다. 지난해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부모님 세대는 모두 떠나시고, 이제 우리 시대가 되었다.     모이면 화제는 정치도 연예인의 스캔들도 아니다. 주변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복용하는 약, 어디 아픈 데는 무엇이 좋다더라는 이야기들이다. 이날은 무릎이 아파 지팡이를 짚고 온 숙모 탓에 자연스럽게 아픈 이야기로 시작해 장지 준비로 이어졌다. 6촌 동생의 아내가 장지를 마련하려고 요즘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나와 내 동생은 부모님 돌아가신 후 장지를 사 두었다. 장지는 5년 할부로 구입했고, 할부가 다 끝난 후에는 다시 장례보험을 5년 할부로 구입했다. 부모님은 같은 해 봄, 가을로 돌아가셨는데, 살아생전 미리 마련해 두셨던 장지와 장례보험 덕에 마음 편히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주변에 나이 든 친구들이 여럿 있지만, 장지를 미리 마련해 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아마도 아직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죽은 후 어디로 갈 것인지는 개인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이다. 산소 쓰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장 후 납골당이나, 아예 바다나 산에 뿌려 달라는 사람도 있다.     내가 일찌감치 장지를 사놓은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내게는 4명의 자녀가 있다. 나 죽고 나면 아내까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5명이 의견을 모아야 한다.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부터, 관이며 꽃, 장지, 화장해서 재를 뿌리더라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방법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살림에 여유가 있는 놈은 비용이 좀 드는 방법을 선호할 수도 있고, 형편이 어려운 놈은 은근히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을 바랄 것이다. 서로 눈치를 보고, 언짢은 말이 오갈 수도 있다.     경험해 보니, 나는 보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산소가 좋다. 얼마 전에도 딸아이가 부모님의 산소 번호를 묻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알고 보니 그날 친구 할머니의 장례식 참석차 로즈 힐스에 갔는데, 간 김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가려고 한 것이다. 잠시 후, 산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임에도 이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일은 소홀히 하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내 이야기를 남기는 일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내가 그분들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이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고, 어떤 일이 가장 힘들었으며, 그 힘든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글로 써 놓았다. 내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외가와 일가친척 이야기까지 썼다. 4년 전부터 매일 일기를 쓴다. 요즘은 번역기가 좋아 훗날 자녀나 손자들도 한글 원고를 번역기에 올려 영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기억하고, 행여 내게 받은 상처가 있다면 이해하고 용서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일가친척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 장지 준비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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